[인터뷰] 강남 나이트·고깃집 알바 하다가 경찰된 배원승씨
[재용이가 만난 사람] 진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배원승
가출해 나이트클럽·고깃집 아르바이트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생각”
고시학원 친구들 따라 경찰에 입문
진실 밝히는 형사 업무가 적성에 맡아 15년 간 한 우물만 파
진도署로 발령 받은 뒤 ‘섬 마을 선생님과 결혼’ 로맨스 꿈꿔
초년병 시절 ‘3대 계(契) 모임 사건’ 끝까지 해결 못해 아쉬움
진도는 적은 인구 수에 비해 사기·부정부패, 고소·고발건 많아
과거에는 농업, 최근에는 전복 등 수산업 분야 사건사고 증가
외국인 근로자 증가 추세… 주기적 순찰 실시해 사건사고 예방
#본지 조재용 기자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며 삶을 일궈 나가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진솔한 모습을 소개하는 기획 보도 <재용이가 만난 사람들>을 연재한다. 인터뷰 100회가 완료되면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이번 인터뷰 대상자는 진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배원승(43) 경위다. 지난 21일 오후 경찰서에서 본지 기자를 만난 배 팀장은 자신의 삶의 궤적과 현재 삶의 모습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풀어놓았다.
그는 지난 15년 간 진도경찰서에서 형사로 근무하고 있다. 해남 문내면이 고향으로 문내 초등학교, 조선대학교 부속 중학교와 조대부고를 각각 졸업했다. 광주대학교에 입학한 뒤 돈을 벌기 위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와 직장 일을 했다.
1994년 해병대(739기)에 입대해 김포 강화도에 위치한 2사단에서 복무하다가 1996년에 제대하고, 광주대에 복학했다. 조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법원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방향을 바꿔 2000년 경찰에 입문했다. 2001년 7월 6일경 진도경찰서 발령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진도 치안 지킴이로 역할과 책임을 다 하고 있다.
등산과 진도개 사육이 취미인 배 팀장은 “어렸을 때는 경찰관을 꿈꾸지 않았지만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형사가 됐다”며 “진도는 제2의 고향이다. 타지로 출장 갔다 돌아오면서 진도대교를 넘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말했다.<사진 참조>
-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질문. 방황하던 질풍노도의 시기는 없었나.
△배원승 팀장(이하 배 팀장)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떨어진 상실감에 부모님한테 말도 없이 무작정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시골에 있는 것이 싫어서 도시로 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리고 당시 서울에 살고 있던 해남 고향 친구 한명이 서울로 올라오라고 권유하기고 해서 서울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서울 시내 전봇대에 붙은 구인 전단지를 보고 숙식을 제공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나이트클럽에서 두 달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적성에 안 맞아 그만뒀다. 20살 때 서울 강남의 한 갈비집에서 1년 6개월여 일을 했는데, 상당히 고급 식당이었다. 당시에 고기 불판만 별도로 청소하는 직원이 3~2명 있었는데, 세척용 약물이 들어가 있는 커다란 통에 고기 불판을 수백 개를 넣고 세척했다. 한 달에 약 150여 만원의 급여를 받았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큰 돈 이었다. 식당 한 구석에서 기름때와 고기 찌꺼기를 청소하는 일을 계속하다가 어느 날 식당 앞에 멈춰선 한 외제차에서 가족 일행이 내려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해야지 사람답게 살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질문. 경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배 팀장 “군을 제대하고 광주대에 복학하고 나서는 공무원직 외에는 길이 없을 것 같았다. 원래는 법원직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경찰직 시험을 많이 보기도 하고, 합격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IMF 직전이라 경찰들을 많이 뽑는 시기여서 주변 친구들이 많이 합격 했는데, 경찰직은 형법, 형소법을 다뤘는데 법원직도 비슷한 체계여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질문. 법학 공부는 어렵지 않았나.
△배 팀장 “법원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서울 노량진 고시학원에 다녔는데, 500여명의 사람이 한 교실 안에 몰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당시 고시학원에 학생들이 많아 새벽 6시에 일찍 가야 도서실에 자리를 찾을 수 있었는데, 여학생들이화장도 안하고 새벽부터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 촌놈 입장에서 그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주변에 경찰에 합격한 친구들도 있었고, 법원직에 비해 경찰 시험이 과목도 짧아서 경찰직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시험을 두 번 봤는데 준비 기간이 짧아서 그랬던지 1차 필기에서는 합격했지만 2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다시 준비 과정을 거쳐 재기해 합격했고 교육을 받고 진도로 발령받아 내려왔다.”
▲질문. 고향인 해남으로 떠나지 않고, 진도에서 근무하는 이유는.
△배 팀장 “2001년 7월 6일경 진도경찰서로 근무지 발령을 받아 진도로 내려왔다. 고향인 우수영에서 진도읍이 해남읍 보다 지리적으로 더 가까워서 근무하고 있다. 남들은 진도에 대해서 유배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섬에 대한 낭만이 있었고, 고향과도 가깝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단지 처음 발령 받아 내려왔을 때 총각이었기 때문에 진도 아가씨랑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보면 섬에 혼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과 결혼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섬 마을 선생님과 결혼하는 로맨스를 상상하기도 했다.”
▲질문. 진도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지 않나.
△배 팀장 “진도는 제2의 고향이다. 타지로 출장 갔다 돌아오면서 진도대교를 넘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총각일 때 경찰서 앞쪽에 칼라 강판 판매점이 있었는데, 지금의 장모님이 경리로 일하고 계셨다. 당시 선배 경찰관과 우리 장모님이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어느 날 두 분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하게 내 이야기가 나왔고, 지금의 부인을 만나게 됐다.”
▲질문. 경찰 근무 경력을 소개해 달라. 앞으로도 계속 지능팀에 근무할 생각인가.
△배 팀장 “옛날 조사계(현 지능팀)에서 한 10년 가까이 근무한 뒤 형사계에서 1~2년 근무했다. 조사 업무는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기가 싫어서 떠나거나 비리에 연루되지 않는 이상은 계속 근무하게 된다. 조사 업무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생 조사 일을 할 생각이다. 경찰의 주목적은 조사를 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경찰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강력 분야는 잠복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신속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력이 쌓이고, 체력 문제도 있어 조사 분야로 옮기게 된다.”
▲질문.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배 팀장 “가장 아쉬웠던 사건이 있다. 근무한지 2년차에 접어들었던 2003년에 당시 ‘3대 계(契) 모임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때 조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진도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영향력 있는 중년 여성들이었다. 당시 3명의 계주가 한명의 계주 당 10개의 계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경찰 근무 경력이 부족한 입장에서 연속으로 3개의 계(契) 모임 사건을 연속으로 맡다 보니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조사를 해보니 사건 연루자들이 계 모임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까 본인들도 계 모임 조직원을 잘 몰라 누가 곗돈을 가져갔는지 모르고 있었다. 계주들이 돈을 다 타가고 카드깡식으로 돌려 맞는 상황이었다. 계 장부도 없고 중구난방식으로 실체가 없는 사건이었다.”
▲질문.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근무 환경은.
△배 팀장 “실무적인 입장에서 예전에는 출력한 서류를 직접 들고 상관들에게 가서 결재 받는 시스템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전산화 시스템으로 업무 처리가 신속해 졌다. 예전에는 오후 5시경에 서류를 한데 모아 과장한테 가면 복도에 5명이 줄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아무 때나 결재를 올릴 수 있어 신속하고 투명해 졌다.”
▲질문. 새로운 직원들이 진도에 오면 반응은 어떠한가.
△배 팀장 “대게 80~90%는 원치 않아서 왔고, 연고지인 광주, 목포권으로 다시 떠나려고 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진도에 와서 결혼하고 계속 근무하면서 정착했는데, 몇 년 전 부터는 1~2년만에 직원들이 바뀌어 섭섭하다. 특히 조사계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데 새로운 직원을 한 달에서 두 달 간 교육시켜서 적응하게 되면 1~2년 있다가 연고지 등으로 떠나버려 진도경찰서가 마치 신입 경찰관을 조련하는 훈련소 같은 느낌이 든다. 해남경찰서 같은 경우는 거의 변화가 없다. 대부분 해남 출신 연고가 있는데, 진도는 변화가 많아 안정감이 깨지는 아쉬움이 있다.”
▲질문. 고향에서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배 팀장 “일단 진도는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 치안 수요가 많지 않다. 경험상 경찰이라는 직업은 고향에서 근무하는 것이 신상에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음주 단속이나 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친구나 친인척이 관련돼 있으면 참으로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지역색이 옅은 도시의 경우 얼굴이나 이름을 모를 수 있지만 진도는 좁은 지역사회라는 특성상 고소인이나 피고소인과 친분(親分)이나 교분(交分)이 있을 수 있어 경찰관이 잘못 처신하게 되면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질문. 진도는 적은 인구 수에 비해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편인가.
△배 팀장 “몇 년 전 자료에 의하면 진도는 인구 수 비례해 사건 발생 건수가 전남 22개 시군에서 3위를 기록했다. 사기 등 부정부패 사건 등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전남지역에서 8위로 나타났다. 통계 자료를 보면 진도가 인구 수에 비해 사건 사고가 많은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질문. 현재 접수되는 고소고발 사건 중에 실제 문제가 되는 비중은.
△배 팀장 “예로 10건 중에 1~2건 정도가 실제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본다. 대게 차용금이나 물건 거래 등에 따른 민사적인 사건이 많다. 예전에는 농산물 거래 대금과 관련된 사건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전복 사업자 수가 늘고 거래 가격이 크게는 1억원대에서 적게는 수천여만원대인 전복 치패 대금과 관련된 사건 접수가 많다.”
▲질문.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 팀장 “사법 경찰관도 수사 개시권이 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고, 경찰이 기소 또는 불기소를 판단하고 검찰에 보내기 때문에 수사 종결권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장단점이 있다.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를 판단해 민원인에게 결과를 전달했는데, 민원인이 그 결과에 납득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 검찰이나 상급 지방청에서 다시 수사를 할 수도 있다. 수사 자료를 검찰로 보내면 검사가 검토해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 추가 조사를 결정할 수 있다.”
▲질문.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어떠한가.
△배 팀장 “위압적인 관계는 상상할 수도 없다. 지금은 시대의 흐름이 변했다. 검사와 일선 경찰관들이 3~4개월에 한 차례씩 식사를 같이 하면서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한 사례로 지금은 상호 간에 반말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다. 요즘은 특히 민원인들이 검사에게 전화해 ‘똑바로 수사 하느냐, 안하느냐’를 따져 묻고, 검사들도 민원인을 무서워하는 시대가 됐다. 지금은 서류나 증거에 의한 법적 절차에 의해서 처리하고 있다.”
▲질문. 진도는 농어촌 도서 지역으로 고령화 추세속에 관련 범죄도 지능화되고 있다. 대응 방안은.
△배 팀장 “알아야 대응할 수 있는 시대다. 보이스 피싱이나 스마트폰 등 IT을 이용한 신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에서도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사이버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고, 경찰들도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질문.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관련 사건사고는 없는가.
△배 팀장 “현재까지 외국인 근로자가 가해자가 돼서 조사 받은 사건은 거의 없고, 오히려 외국인들이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많다. 대부분 업주와의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폭행을 당하거나 업주가 여권을 보관하면서 돌려주지 않아 돌려받으려 찾아오는 사건이 있어 계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려스러운 부분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읍 시내에서 자주 돌아다니는데, 일부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앞으로 위력 순찰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관련 사건사고를 예방할 방침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