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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테야마시(市)의 깊은 성찰

  • 진도투데이 zkffos@hanmail.net
  • 입력 2015.09.30 12:23
  • 수정 2015.09.3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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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을자원 가꾸기에 대한 일본 다테야마시(市)의 깊은 성찰

/김정진 (사)지역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마을만들기가 삶의 터를 가꾸기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일상 생활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어린 고사리 손으로 마을을 가꾸는 활동에서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손수 붓을 들고 낡은 담장에 화사한 꽃단장을 하시는 모습까지 수원 마을 곳곳에서 마을만들기 활동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을이라는 삶의 터가 가지고 있는 자원(지역자원, 역사자원, 문화자원 등)에 대한 지식 없이 단순한 삶의 터 가꾸기 활동에 머무르는 현재의 상황은 아쉬움이 많다고 느껴진다.

이런 아쉬움을 안고 있던 터에 2015년 수원마을르네상스에서 공모한 마을르네상스 1기 일본 배낭연수단체 참가했다.

일본 연수 사례지로 알려진 다테야마 시가 지역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정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번 일본 연수는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안양시 만안구 구도심에 대한 지역자원 DB(데이터베이스)화 프로젝트인 ‘만안의 기억’을 경험한 터라 일본의 자원수집 사례를 경험하는 것, 그리고 비슷한 일을 경험한 당사자를 만나는 것은 국내와 일본의 사례를 비교할 수 있는 쉽지 않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일본 다테야마 시(市)에 도착하고 NPO법인 아와 문화유산 포럼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를 만나고 난 뒤 마을자원이 마을만들기 활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짧은 시간이지만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을자원을 찾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친 20년 세월은 사람의 가치관을 변화시켰고, 진정성 있는 실천에 요령은 없다는 것이 마을에 희망을 선사했다. 마을자원은 기존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중요하고 마을만들기 활동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을 자원을 찾는 작은 실천이 마을에 대한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사는 삶의 터인 마을을 주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마을지명유래집은 도서관 책꽂이에서 주민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도 찾는 이가 없다.

마을의 오래된 역사에 대한 관심은 우리 마음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마을자원을 찾는 일은 마을만들기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마을자원을 찾는 다는 것은 마을을 알아가는 것이고, 마을을 알아 가면 저절로 마을에 애정을 가지게 되고, 마을에 애정이 생기게 되면 마을을 가꾸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마을을 가꾸며 그 활동이 자연스럽게 마을만들기가 되지 않을까? 마을자원을 찾는 작은 실천이 마을에 대한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일본 연수에서 경험한 다테야마 시 사례는 마을자원 찾기 활동이 마을에 대한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테야마 시 NPO법인 아와 문화유산 포럼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는 20년 동안 마을자원을 찾고 애정을 가지며 마을을 가꾸는 활동을 해왔다. 20년 전 고등학교 세계사 교사로 재직중 교육 이념으로 ‘평화’, ‘교류’, ‘공생’을 중심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전해줄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배우고 나서 실천하는 제자들을 양성했었다.

학생들과 함께 불교사찰 다이간인(大巖院) 사면석탑과 지역의 전쟁 유적, 자연자원을 찾아다니면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이후 학생들은 다테야마가 오랜 세월 동안 전쟁의 아픔이 있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평화를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전쟁 피해가 심한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해 바자회를 개최해서 모금한 성금 전액을 우간다로 송금한다. 이 바자회는 20년간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정성 있는 실천에 요령은 없었다


19년 전 일본 정부는 다테야마를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계획한다.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에는 일본 전국시대 건설된 ‘전통 성(城)’이 있는 곳이었다.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는 전통 성을 보호하는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 과정에서 치바현 전통 성(城) 전문가들을 알게 되지만 전문가들은 걱정만 하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반대 운동을 본인 혼자서 진행하게 된다.

다시 우리나라 전교조와 유사한 역사교육협의회 단체들의 회원을 설득해서 함께 반대운동 모임을 만드는데 단체 회원들은 도로는 필요하고 행정이 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혼자만 반대하고 모두가 찬성하는 ‘나홀로 섬’이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래도 자신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반대운동을 추진한다. 시작 이후 2년 만에 1만명 반대의견 서명과 7번의 치바현 광역의회 반대 청원 활동을 꾸준하게 펼친다.

지속적인 반대 운동으로 행정에 ‘미운오리새끼’로 낙인 찍혀 시청에 가면 주차장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우익단체에게 협박전화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일까? 8번째 의회 청원에서 최종적으로 의회는 사업을 철회하게 된다.

전통 성은 그 후 15년 간 지속적인 보전활동을 진행하고 최근에 일본 국보로 등록된다. 고속도로 건설로 다테야마 역사성을 상징하는 전통 성(城)이 소실될 위기에서 행정은 무관심 했고, 지역주민은 냉담했으며 전문가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자신의 확고한 신념으로 긴 저항의 길을 걸어왔다.

●지역자원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다테야마 최남단에 위치한 메라(布良) 마을은 바다의 신 천부명(天富命)이 상륙 했다는 신화의 마을이다. 예부터 태평양을 품고 있어 고래와 참치 잡이로 번성했던 어촌이었다.

하지만 기후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마을 앞 어장은 사라지고 마을 부귀 영화는 옛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고령화가 심화된 어촌 마을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주민 2명은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를 찾아간다. 마을이 쇠퇴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마을 탐문 결과 일본의 천재 화가 아오키 시게루(靑木繁)가 잠깐 동안 머물면서 후에 일본의 중요문화재가 되는 ‘바다의 선물’ 그림을 그렸던 코타니 고택(小谷家 住宅) 마을자원을 발견한다. 고택을 보전하기 위한 모금에 대해 마을 주민은 “내가 왜 돈을 내야 돼?”라며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10년 전 아오키 시게루 작품 ‘바다의 선물’ 작품 100주년 기념 이벤트를 했는데 그 때 반응도 완전히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자원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연수 기간 동안 특별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천재화가 아오키 시게루가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코타니 고택 보전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유명 화가들의 작품 전시회였다. 전시회에서 다테야마 시장님과 면담할 시간을 가졌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테야마 시장은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를 다테야마 관광 진흥의 희망으로 대하는 듯 했다.

지역자원을 발굴하고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은 지역사회 어느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다테야마 시는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의 진정성 있는 실천으로 체계적인 자원을 수집했다. 그 결과 메라 주민과 다테야마 시는 지역자원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체계적인 지역자원 수집활동 미흡한 듯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는 ‘평화’, ‘교류’, ‘공생’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지역자원을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다테야마 지역적 특성을 설명 할 수 있는 가치를 중심으로 자원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는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의 전략은 다양한 지역자원을 수집할 수 있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기록에 대한 체계적인 작업이 이뤄지는지 이케다 사무국장에게 질문했더니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녹음과 녹취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물이 없다고 말했다. 참으로 아쉬웠다. 지역자원수집 활동중 현지 주민에 대한 인터뷰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주민의 인터뷰는 기존에 알고 사실과 다른 증언이 나와 새로운 지역자원을 찾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속된 연구원에서 만안의 기억과 DMZ 역사·문화·지역자원 스토리텔링 콘텐츠 기획 프로젝트를 참여했던 경험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자원을 발굴한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의 활동은 위대한 것이지만 지역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하는 측면에서 미흡함이 느껴졌다.

●마을만들기에서 마을자원에 대한 깊은 성찰

우리 진도는 마을자원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 진도는 마을자원을 얼마나 수집했을까? 우리 진도는 마을자원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20년 동안 마을자원을 활용한 아이자와 노부오 대표의 활동은 마을만들기와 마을자원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마을자원을 찾는 과정은 자신의 삶의 터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다. 새롭게 인식된 삶의 터는 스스로 소중하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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