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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범죄 피해자들 트라우마 겪지 않도록 도움 줘야”

  • 진도투데이 zkffos@hanmail.net
  • 입력 2016.09.20 14:40
  • 수정 2016.09.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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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용이가 만난 사람] 진도署 청문감사관 경감 이순종

“범죄 피해자들이 시골 정(情) 때문에 트라우마 겪지 않도록 도움 줘야”

청년때 읍에서 빵·우유 배달부로 일하다 해병대 지원 '낙방'
금천署 근무하면서 전국 최초로 범죄 피해자 거주지 이전
고향에 내려와 ‘郡 범죄 피해자 보호 지원 조례 제정’ 역할

#본지 조재용 기자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며 삶을 일궈 나가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진솔한 모습을 소개하는 기획 보도 <재용이가 만난 사람들>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 대상자는 진도경찰서 청문감사관인 이순종(49) 경감이다. 인터뷰 100회가 완료되면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지난 6일 오후 진도경찰서 사무실에서 본지 취재기자를 만난 이 경감은 자신의 삶의 궤적과 현재 삶의 모습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풀어놓았다.

그는 지난 8월 말 2016년 자랑스런 대한국민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진도읍에서 태어나 서초등학교(30회), 서중학교(33회), 실업고등학교(33회)를 다녀 유년기, 청소년기를 고향에서 보냈다.<사진 왼쪽 참조>

1990년 3월 경찰에 입문해 올해 1월 말부터 고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경감은 올해 자랑스런 대한국민 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 “제가 잘해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국민들의 관심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 그는 자녀들의 진로에 대해서 “제 욕심 같아서는 모두 경찰관이 됐으면 좋겠지만 큰 딸은 소방관으로 취업 준비중 이고, 작은 딸은 언론인, 막내아들은 생명공학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내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못했다. 지금 진도에 내려와 있으면서도 자주 만나지도 못해 늘 가슴 속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가족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가족들에게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질문. 대한국민 대상을 수상한 소감은.

△이 경감 “큰 상을 받아 감개무량하다. 범죄 피해자와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회 소외계층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매우 무거웠다.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던중 시작하게 됐다. 제가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근무할 때 범죄 피해자 보호 업무를 맡았을 당시 경찰서장이었던 정병권 총경(현 서울지하철경찰대장)이 통합 지원단을 운영했고, 그 업무를 제가 같이 맡았었다. 통합 지원단은 사회 소외 계층이나 어려운 이웃들이 건강하게 사회에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회 선순환(善循環) 역할을 했는데 그때 감명을 받았다. 제가 잘해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국민들의 관심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고향에서 근무하는 기분은.

△이순종 경감(이 경감) “고향에 내려오니 선후배들도 있고 포근한 어머니 품 같아 너무 기쁘다. 무엇인가 고향에서 뜻 깊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 앞서 진도군 범죄피해자보호지원 조례안 제정에 큰 역할을 했는데.

△이 경감 “이 조례를 먼저 실시한 타 시군구가 몇 곳이 있는데, 제가 진도로 내려와 보니 없었다. 그래서 조례를 시급히 제정해야할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현재 사회복지가 많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져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부 사회 소외 계층들은 이러한 제도를 몰라서 실질적인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이 같은 취지에서 우리 진도에서도 범죄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에서 빨리 벗어나서 일상생활로 돌아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진도군과 협력을 통해서 조례 제정에 앞장서게 됐다. 이 조례는 저희 군민 전체를 위한 것이고, 군민 한분 한분의 존엄성과 사회성 회복을 돕는데 기여할 것이다.”

질문.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을 돌봤다는데.

△이 경감 “제 고향에서 발생한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주말에 고향도 찾고 팽목항도 방문해 봉사 활동도 펼쳤다. 진도에 내려와서는 미수습자 가족들한테 관심을 갖고, 심리 상담소와 연결해 빠른 시일 내에 정상 생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질문. 경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이 경감 “저는 진도에서 태어나 진도서초, 진도서중, 진도실고를 다니면서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냈다. 누군가 ‘진도는 울고 왔다가, 울고 가는 곳이다’하고 말한 것 같다. 저는 진도가 희망의 땅,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예전부터 애향심이 남달랐다. 진도는 섬 본래의 문화와 유배 문화가 결합돼 애환과 한이 많이 서려있는데, 문화예술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고장이다. 진도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고향으로 다시 내려와 근무해 너무나 기쁘다. 경찰에 입문하기 전에 예전에 진도읍 동외리 옥천극장 건너편에 있는 삼립빵 매일우유 대리점에 취직해 진도 전체에 빵과 우유를 납품했다. 현재 그린청과를 운영하는 김영옥 사장님이 그때 당시 우리 조장, 사수셨다. 저는 군 입대를 앞두고, 지역 전체를 누볐기 때문에 진도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많다. 사실 경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학창시절에 막연하게 공무원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공무원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그런데 군대를 해병대에 입대하기 위해 광주 병무청에 갔는데, 당시 인근에 특수부대가 많아 지원을 한번 했는데 떨어졌다. 그때 당시 경찰로 재직하셨던 외삼촌이 ‘의무 경찰로 가보라’고 권유하셨다. 당시 의경은 시험도 봐야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형사계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아, 경찰 공무원이야말로 국민들 곁에서 민중의 지팡이로서 따뜻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돼 경찰에 입문하게 됐다.”

질문.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이 경감 “2015년 3월 말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근무할 당시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하고 계셨던 여든 네 살 할머니가 바로 옆집에서 살고 있던 오십대 남자 청년한테 심하게 보복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에 두 사람을 불리하거나 할머니를 보호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돼 제가 전국 최초로 범죄 피해자였던 할머니의 주거지를 이전시켜 줬다. 그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는 등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금철경찰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협업을 통해 범죄 피해자를 주거 이전 대상에 포함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질문. 고령화 추세속에 관련 범죄도 지능화되고 있다.

△이 경감 “우리 농어촌, 도서 지역은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저희 관내에서 최근에 나이를 많이 드신 한 여자 어르신이 안 좋은 일을 겪었다. 이웃집에 살던 주민이 못된 짓을 한 경우가 있어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다각도로 검토해 지원했다. 시골에 계시는 분들이 단순히 예전에 제도권 밖에 있었던 일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 온지도 모르고, 시골의 정(情)이라는 정서 때문에 그냥 용서하고 잊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에 대해서 경찰 뿐만아니라 여러 기관에서도 물심양면 도움을 줘야한다. 우리 모두가 범죄에 대한 감시자가 돼 따뜻하고 건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질문. 최근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지역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 경감 “타 농어촌, 도서 지역도 마찬가지로 관련 범죄도 다양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진도 같은 경우도 야간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무리지어 돌아다녀 여성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저희 경찰도 모든 인력을 총 동원해 심야 안심 귀가길 지원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 읍면별 방범대와 주1회 순찰을 실시하는 등 민관 협력을 통해 관련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질문. 이달 말에 시행되는 김영란 법에 대한 견해는.

△이 경감 “법이 시행되면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해 지고, 건강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질문.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 하고 싶은 것은.

△이 경감 “대한민국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어렵고 힘들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다. 사회 소외 계층에 대해 기업과 사회단체에서 많은 후원을 하고 있지만 이익 보다는 공동체적 생활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좋으면 좋겠다. 퇴직 이후에는 진도나 가까운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고향과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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