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情)으로 삶의 고단함 녹이는 읍내장
/박인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진도군협의회장
무엇을 사기 위해 또는 무엇을 팔기 위해 2일날과 7일날에 많은 사람들이 어김없이 진도읍 조금리 읍내 장터를 찾는다.
5일의 기다림 끝에 장터에 나와서 필요한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情)을 느끼게 된다.
대형마트와 생필품을 판매점이 많고, 편하게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5일을 기다려 장에 나온다는 것은 요즘 사람들에게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흔히 사람들은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구경삼아 장에 오곤 한다. 아마 사람 사는 정이 그리워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할머니들이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야채와 나물을 팔고 있다. 어머니 같은 분들을 만날 때 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사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시장에 나오는 최고의 재미는 군것질이 아닐까? 겨울 오일장이 주는 최고의 맛은 입천장을 델 만 큼 뜨거운 붕어빵과 호떡, 어묵꼬치가 아닌가 싶다.
찬바람 쌩쌩 부는 날일수록 붕어빵은 구워내기가 바쁘고, 호떡 장수 앞에 줄을 서서 자기 차례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뜨거운 어묵국물 한 컵이면 추위도 다 사라질 것만 같다.
공기로 전염되는 것 중 으뜸은 분위기가 아닐까? 쌀쌀한 겨울 날씨인데도 어딘가 모르게 열기가 가득하다. 엄마와 팔짱을 끼고 물건을 고르는 딸, 친구와 붙어서 걸어가는 아낙네, 서로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손님을 끌기 위해 목청을 높이는 상인이 있다.
호기심 가는 물건 앞에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흥정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엉켜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막걸리 집에서 만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운지 안주도 없는 술잔을 기울이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장이 끝나는 파장이 가까워 오면 상인들이 목청을 높이고, 뒤늦게 시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흥정을 하며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고서는 횡재라도 한 듯 싱글 벙글이다. 서로 만족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상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대파 거래가 되지 않고 가격이 좋지 않아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나 혼자만 어려운 것이 아니고, 모두들 어렵기 때문에 경제사정이 빨리 나아지면 좋겠다며, 농민과 어민들을 걱정한다.
오늘도 그럭저럭 장사 잘 했다고 하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주섬주섬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 정답이라며, 주름가득 한 얼굴에 미소를 짓는 모습이 너무 좋다.
우리 시간을 내서 읍내 장에 한번 나가보자. 장에 가면 평소 볼 수 없었던 친구와 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삶의 고단함을 녹이며 사람 사는 정을 느껴보면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