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풍요로운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
갈수록 높은 곳만 바라보는 세태 안타까워
사회적 양극화 심화, 이웃에게 관심 기울여야
사회적 약자에게 먹고사는 일은 전쟁과 같아
/박인환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우리 세대(베이비부머)의 어린 시절은 항상 배가 고팠다. 부모님들의 세대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가난과 함께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부모님들은 배가 고프니 풍요로워 지려고 이를 악물고 살았다.
가난을 대물림 해주지 않으려고 자녀들을 교육 시키고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풍요롭게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됐다. 특별하게 잘사는 사람도 아주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 없이 생활수준이 평준화 되어가고 있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 가난이 싫어서 돈을 벌겠다고 학업을 포기 한 채 생활 전선에 뛰어든 적이 있었다. 부모 세대보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식들에게는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 했었다.
그 결과, 생활수준은 높아졌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는 풍족함이 넘쳐서 생기는 문제가 심각하다. 과잉과 풍요의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은 젊은이들이 안전한 길로만 가려는데 있다.
한 번도 굶어 본적이 없는 사람은 부족함의 고통을 모르고 결핍에서 나오는 오기도 모른다. 높은 산에 오르려고 하지도 않으며, 일부는 감각적이고 즉흥적이다. 지나친 결핍은 삶을 찌들게 만들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만, 적절한 결핍은 참 인생을 배우게 하는 적절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생물계와 자연계 모두 그러하다. 나무를 옮겨 심을 때 뿌리를 햇볕에 2~3일 말린 뒤 옮겨 심으면 위기의식 때문에 잔뿌리가 더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 때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나무에도 생체기를 내면 열매가 더 많이 열린다.
요즘은 많이 먹어서 오히려 성인병에 걸린다고 한다.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은 과잉과 풍요로운 생활에서 오는 현대의 문명병이다.
중국의 철학적 표현에 군자는 결함을 추구하고, 소인은 완전함을 추구한다는 속담이 있다. 결함은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오히려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핍은 진리가 감춰진 곳이고 생명이 잠자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풍요로움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약간 부족하고 빈곤 할 때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심플 라이프’ 그것은 바로 약간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다. 굳이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 돈은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좋고 무엇이든지 많고 큰 것을 선호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집을 갖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차를 타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옷을 입고 어떻게 하면 충분한 휴일을 보장받고 취미생활은 어떤 것이 좋을 까 하고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더 높은 곳 만 쳐다보고 낮은 곳에는 관심이 없다. 사회적 약자에게 먹고사는 일은 전쟁이다. 나라가 잘 살면 모두가 잘 살 줄 알았다. 가난이 해결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소득이 늘어나니 빈곤이 늘어나고 양극화로 불평등은 깊어졌다. 구조적 빈곤이 고착화되고 세습화되고 있다. 빈곤은 재화의 결핍 외에도 소외와 차별, 박탈과 멸시까지 포함한다. 밝은 빛 뒤에는 그림자가 있듯이 풍요로움 뒤편에는 반드시 빈곤이 존재한다.
사회적 잉여로 버려지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배려가 차츰 없어지고 있다. 풍요로울수록 빈곤과 결핍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약간의 여백을 확보하고, 약간 부족한 듯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편이 아닌가 싶다.